친환경 장례

친환경 장례를 위한 유골함 선택 가이드

grandblue27 2025. 7. 6. 10:30

생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그릇, 이제는 환경까지 생각할 때

사람은 누구나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장례는 그런 이별을 의미 있게 정리하는 의식인 동시에, 고인을 기리고 유족이 슬픔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화장 후 유골을 도자기나 석재로 만든 유골함에 담아 납골당이나 봉안당, 혹은 가족묘에 안치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연과 생태를 고려한 장례 방식, 즉 친환경 장례가 점점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장례는 단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간소화 장례가 아니다. 그것은 고인의 마지막 흔적마저 자연의 일부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실천이며,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자연장과 수목장, 생분해 장례 등 친환경 장례 방식이 확산되면서 함께 중요해진 요소가 바로 ‘유골함’이다. 이제 유골함은 단순히 유골을 보관하는 용기를 넘어, 환경을 보호하는 철학이 담긴 장례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유골함은 대부분 플라스틱, 금속, 도자기, 강화유리 등으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가 되지 않으며, 묘지나 땅에 묻었을 경우 수백 년간 자연에 그대로 남아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반해 친환경 유골함은 천연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속에서 스스로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유골함은 수목장이나 자연장, 생태장례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장례에 적합한 유골함의 종류, 특징, 선택 시 고려사항, 실제 사용 환경 등을 상세하게 정리해본다. 올바른 유골함 선택은 장례의 품격을 높이고, 죽음을 더욱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친환경 장례를 위한 유골함

친환경 유골함의 종류와 특징 정리

 

친환경 유골함은 기본적으로 생분해(Biodegradable) 소재로 만들어져야 하며, 인공 화학물질이나 플라스틱, 유리, 금속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 보통 장례 방식에 따라 **매장용(수목장·자연장용)**과 **보관용(디지털 추모관 또는 실내 봉안용)**으로 나뉘며,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소재와 특징이 있다.

1. 옥수수 전분 유골함 (Cornstarch Urn)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을 압축하여 만든 유골함은 가볍고 단단하며, 습기가 많은 토양에서도 3개월~1년 이내에 자연 분해된다. 가격대는 5만~15만 원 사이로, 국내외 다양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으며, 수목장/자연장 모두에서 활용 가능하다. 표면은 무광 또는 무도장 처리되어 있어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2. 천연 점토 유골함 (Clay Urn)
100% 점토로 만든 유골함은 고온의 가마에서 굽는 것이 아니라, 자연 건조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때문에 도자기 유골함과 달리 자연 속에서 분해되며, 이산화탄소 발생도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토양 내에서 1~2년 이내 완전 분해되며, 구조가 단단해 이동 중 파손 위험도 적다.

3. 대나무 섬유 유골함 (Bamboo Fiber Urn)
재생 가능 소재인 대나무를 미세 분쇄하여 몰드화한 후, 천연 수지를 이용해 성형한 유골함이다. 자연 친화성과 디자인이 뛰어나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다. 약 6개월~2년 내에 완전 분해되며, 일부 제품은 물에 넣어도 부유하지 않고 서서히 가라앉으며 분해된다.

4. 나뭇잎 압축형 유골함 (Leaf Paper Urn)
재활용 펄프나 나뭇잎, 야자껍질 등을 압축해 만든 유골함으로, 외형이 매우 자연 친화적이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술적인 경우도 많아, 고인의 개성과 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친환경 DIY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5. 버섯 기반 유골함 (Mycelium Urn)
최근 가장 혁신적인 유골함 중 하나로, 균사체(Mycelium)를 성형해 만든다. 버섯 유골함은 유해 화학물질을 흡수하며, 토양을 정화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분해 기간은 45~180일이며,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환경적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 다만 국내에는 아직 대중화 초기 단계다.

이처럼 다양한 생분해 유골함이 존재하며, 각각의 제품은 분해 속도, 가격, 디자인, 무게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장례 방식에 맞게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가능하다면 인증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골함 선택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

 

친환경 유골함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분해되는가’의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장례 방식, 장지 규정, 보관 목적, 감정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음은 실제 구매 또는 장례 절차에서 유골함을 고를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다.

 

1. 장례 장소의 규정 확인
공공 수목장림, 자연장지, 민간 수목장지마다 허용하는 유골함의 규격과 소재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공공 수목장림에서는 생분해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만 허용하거나, 유골함의 크기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장지 예약 전 반드시 규정을 확인하고, 적합한 유골함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2. 분해 기간과 토양 조건 고려
같은 생분해 유골함이라도 분해 속도는 소재와 토양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점토 유골함은 건조한 환경에서 더 오래 남을 수 있으며, 옥수수 전분 유골함은 습기에 따라 더 빨리 분해된다. 장지의 지형과 토질 상태를 고려하여 분해 시기까지 감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유족의 정서와 디자인 요소
일부 유족은 유골함이 너무 간소하거나 외형이 비전통적이면 심리적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친환경 유골함도 기념성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 예를 들어 기념문구 삽입, 나뭇잎 모양 장식, 고인의 이름을 각인할 수 있는 구조 등을 고려하면, 감정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4. 유골함 이후의 처리 계획
일부 수목장 시설에서는 유골함을 묻는 것이 아니라 유골만 뿌리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유골함은 일시적으로만 사용되므로, 사용 후 회수 및 분해 처리 방법까지 안내하는 제품이 유리하다. 일부 제품은 물에 녹이는 방식으로 자택에서 분해 처리도 가능하다.

5. 가격과 품질의 균형
친환경 유골함은 2만 원대의 저가 제품부터 20만 원대 이상의 고급 제품까지 다양하다. 소재에 따라 기능과 분해 속도, 내구성도 달라지므로, 가격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판매처와 인증 여부를 우선순위로 두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골함 선택은 마지막을 위한 가장 조용한 선언

 

사람의 삶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의미로 채워진다. 친환경 유골함을 선택하는 일은 단지 장례용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며 떠나겠다는 조용한 선언이기도 하다. 그것은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말처럼, 인간의 몸이 자연의 순환 속에 되돌아가는 철학적 실천이며, 더 이상 죽음을 환경 파괴로 연결짓지 않겠다는 작지만 깊은 실천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친환경 유골함은 그 자체로 장례의 품격을 높이고, 남은 이들에게도 자연과의 연결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유골함을 잘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작별을 준비할 수 있다.
장례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구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친환경 장례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