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를 선택한 유명 인물 7인 소개 – 죽음 이후에도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죽음의 방식조차 철학이 되는 시대, 친환경 장례를 택한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 이별조차 자신의 철학으로 마무리하길 원한다. 특히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 오늘날, 죽음 이후에도 지구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바로 ‘친환경 장례’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친환경 장례는 단순히 간소한 방식의 장례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신을 화장하거나 매장한 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유골을 처리하거나, 생분해가 가능한 관이나 유골함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장례 과정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일종의 실천적 윤리 행위이다. 이러한 선택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특히 공공의 영향력을 지닌 유명 인물들—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단지 환경 운동가이거나 생태학자만이 아니다. 예술가, 정치인, 과학자, 철학자, 종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죽음 이후까지 자신이 추구하던 삶의 방향성과 가치를 이어갔다. 그들의 선택은 하나의 장례 방식을 넘어서, 어떤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장례를 직접 선택했거나, 그 철학에 따라 장례가 치러진 국내외 유명 인물 7인을 소개한다. 그들의 삶과 죽음의 방식은 오늘날 우리가 친환경 장례를 고민하는 데 있어 깊은 통찰과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
해외에서 친환경 장례를 택한 유명 인물 4인
1.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 수분해 장례(Aquamation)의 상징적 사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성공회 대주교였던 데스몬드 투투는 평생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환경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2021년 세상을 떠나면서 ‘수분해 장례(Aquamation)’를 요청했다. 이는 시신을 고온의 알칼리 용액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기존 화장보다 탄소 배출량이 1/10 수준에 불과하다. 그의 유언은 “죽음 이후에도 환경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상징적인 선택이었다.
2. 에드워드 애비(Edward Abbey) – 미국 자연주의자의 비공식 자연장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 작가이자 생태운동가였던 에드워드 애비는 생전에 자연장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죽은 후 “관도 없이, 묘지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에 나를 묻어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친구들은 그 유언을 지켜 그를 시신 그대로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묻었다. 법적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 사건은 현대 자연장 운동의 상징적 사례로 기록된다.
3. 래리 하비(Larry Harvey) – 버닝맨 창립자의 화장 후 자연장
‘버닝맨(Burning Man)’ 축제의 창립자인 래리 하비는 생전에 공동체, 자연,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2018년 세상을 떠난 후, 화장된 유골을 버닝맨 본진이 위치한 네바다 사막의 공동 추모 공간에 생분해 용기로 안치해 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그의 유골함은 대나무 소재였으며, 별도 구조물 없이 흙에 묻혔다.
4. 래이 앤더슨(Ray Anderson) – 지속가능 기업의 아버지, 퇴장도 친환경으로
세계적인 친환경 카펫 기업 '인터페이스'의 CEO였던 래이 앤더슨은 죽음도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장례식 대신 녹색 추모 모임을 요청했고, 관은 대나무 섬유로 만든 생분해 관을 사용했다. 이와 함께 헌화 대신 식수(植樹)를 요청하여, 그의 장례가 숲으로 남게 만들었다.
국내 인물 3인의 조용한 친환경적 이별
5. 법정 스님 – 무소유 철학 그대로 실천한 자연장
‘무소유’라는 철학으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은 2010년 열반에 든 후, 전남 해남의 산사에서 자연장 형태로 유골을 안치했다. 그는 생전 유언에서 “비석도 세우지 말고, 꽃도 놓지 말라”고 했으며, 실제로 무덤도, 표식도 없는 숲 속에 안치되었다. 그의 이별은 생애 전체를 관통한 철학의 완결이었다.
6. 최열 환경운동가 – 화장 후 수목장을 약속한 생전 계획
환경운동연합 창립자이자 오랫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온 최열 대표는 인터뷰에서 “죽으면 관 없이, 나무 아래 유골을 뿌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생전 장례계획서를 작성해 자연장 방식으로 가족들에게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상태이며, 환경운동가다운 마지막 실천을 예고한 것이다. 생전 계획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7. 조병철 목사 – 교회 수목장을 통해 죽음의 친환경 실천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조병철 목사는 자신이 섬기던 교회에 작은 교회 수목장을 조성하고, 자신이 그곳에 안치되길 원했다. 그는 신도들에게도 생전 “무덤보다 나무 아래 잠들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고, 사후 수목장으로 조용히 떠났다. 이 사례는 종교인도 친환경 장례를 수용하며 공동체적 방식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삶의 철학이 죽음의 방식이 될 때, 그것은 가장 강한 메시지다
삶은 끝났지만, 메시지는 계속된다. 위에서 소개한 7명의 인물들은 단지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가장 개인적이고도 결정적인 순간마저도 철학적으로 실천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선택은 후손들에게 말 없이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나의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더 이상 장례를 전통의 틀에만 가둘 수 없다. 죽음의 방식 또한 생태적 책임과 윤리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유명 인물들이 보여준 실천은 단지 상징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 그것은 삶 전체를 관통하는 마지막 선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