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와 관련된 한국 법률 및 규제 안내
친환경 장례 시대, 법률과 제도는 어디까지 따라오고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매장이나 화장이 아닌, 유골을 나무 아래 묻는 수목장, 유골을 분말로 만들어 흙에 뿌리는 자연장, 생분해 유골함을 이용하는 방식 등 친환경 장례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례 트렌드를 넘어, 죽음 이후까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겠다는 새로운 문화의 표현이다.
그러나 장례는 개인의 의사만으로 완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시신 처리, 유골 안치, 장지 운영 등은 모두 법과 제도에 따라 관리되며, 공공 질서와 위생, 자연보호, 유족의 권리 등이 함께 고려된다. 특히 친환경 장례는 자연 공간을 활용하고, 전통적 장례와는 다른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법적 기준과 규제가 더 민감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장례와 관련된 주요 법률을 중심으로, 수목장과 자연장에 적용되는 규정, 생분해 유골함 사용과 관련된 인증 기준, 장례 절차 및 공간에 관한 행정 지침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또한 실제로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유족이 어떤 법적 요건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함께 정리해본다. 친환경 장례를 더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친환경 장례 방식 허용의 근거
친환경 장례는 법적으로도 일정 기준 안에서 허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가장 핵심적인 법령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사법)이다. 이 법은 시신의 처리, 유골의 안치, 장묘시설의 설치 및 운영, 자연장지의 조성 등을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장례 관련 기본 법률이다.
자연장은 2013년 ‘자연장지’라는 개념이 장사법에 공식 반영되면서 제도권에 편입되었다.
- 자연장(自然葬)이란, 화장 후 유골을 2mm 이하의 분말 형태로 가공하여, 허가된 자연장지에 묻는 방식이다.
- 기존의 납골당이나 봉안묘와 달리 비석, 묘비, 석조물 등 인공 구조물 없이 안치되는 것이 원칙이며,
- 자연장지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관리하거나, 민간업체가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수목장도 자연장의 일환으로 포함되며, 수목장지 역시 자연장지의 한 유형으로 간주된다.
장사법 제13조에 따르면, 자연장지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고, 환경부 및 지자체의 승인 절차를 거쳐 지정된 공간에서만 설치가 가능하다. 특히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기존 수목이나 토양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자연장지 조성의 핵심 원칙이다.
법에서는 자연장지로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유골을 묻거나 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 또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이는 공공 위생, 환경 훼손 방지, 토지 소유권 보호 등을 이유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임의로 산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는 ‘무단 매장’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법적으로는 유골함을 생분해성으로 할 의무는 없지만, 대부분의 공공 자연장지 및 수목장림에서는 유골함 소재에 대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산림청이 운영하는 '하늘숲추모원'인데, 이곳은 옥수수 전분, 점토, 대나무 섬유 등 자연 분해가 가능한 유골함만 허용하며, 플라스틱이나 금속 유골함은 반입 자체가 제한된다.
장사법은 장례 방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공공질서와 환경 보존을 균형 있게 관리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은 반드시 해당 장지의 지정 여부, 안치 방식, 유골함 규정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기타 관련 제도 및 친환경 장례 확산을 위한 정책 흐름
친환경 장례는 장사법 외에도 다양한 법률과 행정 지침의 적용을 받는다. 특히 산림청,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복수 부처가 관련 제도 운영에 관여하고 있어, 실무적으로는 각 부처의 고시나 지침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산림청은 2016년부터 ‘국립수목장림 지정 및 관리지침’을 제정하여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해당 지침에서는 수목장림의 조성 기준, 나무 종류, 유골함 소재, 생분해 여부, 안치 깊이(통상 30~50cm), 표시물 설치 여부 등 세부 내용을 포함한다. 이 지침은 하늘숲추모원, 담양추모의숲, 대전 정수원 등의 수목장지 운영에 직접 적용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자연장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고시’를 통해 자연장 운영의 표준 지침을 관리하고 있다.
- 자연장은 ‘비석 등 인공 구조물을 세우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장지’로 명시되며
- 유골은 분말 형태로 가공 후, 지정된 깊이에 안치하거나 흙과 섞어 묻는 것이 원칙이다.
- 안치 후에는 추가 건축물 설치나 조경 변경이 금지되며, 정기 관리행위도 최소화해야 한다.
환경부에서는 아직 친환경 장례 관련 별도 법령은 없지만, 탄소중립 실천 정책에 따라 화장시설의 연료 개선, 미세먼지 저감 장비 의무화, 폐기물 최소화 장례문화 확대 등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생분해 유골함 보급사업이나 친환경 장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디지털 추모’나 ‘무형 추모’에 대한 법제화 논의도 진행 중이다. 물리적인 묘지 대신 온라인 추모관, QR코드 기반 메모리 북 등을 활용하는 디지털 장례 방식은 현재 법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민간 서비스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친환경 + 디지털 장례 방식에 대한 제도 보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높다.
장례의 방식이 바뀌는 만큼, 법과 제도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친환경 장례는 더 이상 소수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시대에 인간이 죽음 이후에도 지구에 남기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현대적 생태 윤리의 실천이다. 그리고 이 실천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이미 장사법을 통해 자연장과 수목장을 제도화했고, 각 부처의 지침을 통해 구체적인 운영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법적 요건을 몰라 장례 과정에서 혼선을 겪거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자연장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앞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장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용자 친화적인 정보 제공, 규제의 명확성, 생전계획을 지원하는 제도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죽음의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법도 그 철학을 담아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