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장례식장에서도 친환경이 가능할까? 업계 인터뷰

grandblue27 2025. 7. 8. 10:30

삶의 끝, 지구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한 장례식장의 변화 

장례식장은 생을 마감한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공간이다. 유족들은 이곳에서 고인을 기리고, 슬픔을 나누며 이별의 절차를 치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심코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선택을 반복해왔다. 화려한 꽃장식, 일회용 식기, 화석연료 기반 전력, 합성 수지로 만든 관 내부 소재, 비닐 포장재 등은 짧은 의식을 위해 수많은 폐기물과 탄소를 배출하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장례식장도 친환경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상상에 가깝던 이 가능성은 최근 일부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실제로 변화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자연장·수목장 등 친환경 장례 방식이 사회적 공감을 얻는 가운데, 장례식장도 그에 걸맞은 시설과 서비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장례식장에서 실현 가능한 친환경 서비스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친환경 장례의 관문이 되는 이 공간이 어떤 철학과 실천을 통해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미래 장례문화의 변화 방향도 함께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장례식장

서울 강동구 ‘늘푸른장례식장’ 김민혁 실장의 이야기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늘푸른장례식장’은 2023년부터 ‘플라스틱 제로 존’을 선언하며 업계 최초로 부분 친환경 전환을 시도한 장례식장이다.
운영 실장 김민혁 씨는 인터뷰에서 이 변화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장례의 철학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장례는 원래 절제와 순환을 의미하는 의식입니다.
그런데 산업화되면서 편의와 외형에 집중하게 됐죠.
친환경 장례가 확산되면서 저희도 내부적으로 ‘식장은 왜 그대로인가?’ 고민을 하게 됐어요.”

늘푸른장례식장은 우선 조문객용 일회용 식기 제거부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다회용 식기로 전면 교체하고, 물병 대신 정수기와 개인컵을 제공했다. 식사 공간에는 “지구를 위한 작별, 고인을 위한 절제”라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그다음 단계는 조화 대신 생화 화환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제공이었다. 이 장례식장은 인근 생화 농가와 협약을 맺고, 일회용 비닐·스펀지를 사용하지 않는 생화 화환을 제작해 선택지를 제공했다. 아직은 비용 차이와 익숙하지 않음 때문에 전체 대체는 어렵지만, 최근 들어 유족들이 생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한다.

김 실장은 또 하나의 변화로 에너지 절감형 조명 교체냉방설비의 고효율화를 언급했다.

“장례식장은 24시간 내내 불이 켜진 곳입니다.
전력 소비량이 어마어마하죠. 그래서 LED 고효율 전구로 모두 교체했고,
냉장고나 장례홀 냉방도 2단계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바꿨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유족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하지만, 장례가 끝난 뒤에는 대부분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며, 친환경 장례는 유족의 감정선과도 잘 어울리는 조용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유성구 ‘자연결 장례문화원’ 이은하 대표의 인터뷰

 

대전 유성구의 ‘자연결 장례문화원’은 이름 그대로 자연과 연결된 장례를 지향한다. 대표 이은하 씨는 오랜 간호사 생활을 마친 뒤 장례지도사로 전향해, 직접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친환경 장례 실천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장례 준비 과정에서 유족들이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이나 과한 장식을 요구하게 되는 문화적 관성에 대해 지적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잘 몰라요.
장례업자가 권하는 대로 따라가죠.
그래서 우리는 아예 상담 단계에서 ‘비닐 없는 장례’, ‘조화 없는 식장’을 제안합니다.”

자연결 장례문화원은 고인의 의사를 반영한 ‘장례선언서’ 작성을 돕고,
그에 따라 생분해 유골함, 천연 수의, 무염색 수목관을 소개한다.
식장 내부는 플라스틱 광고판이나 일회용 리플렛 없이, 디지털 안내판을 통해 장례 일정과 조문객 정보를 전달한다.

또한 이곳은 장례 폐기물 분리수거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조문이 끝난 후 남겨진 꽃, 종이컵, 포장재 등은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기 쉽지만, 자연결 장례문화원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분류·회수·재활용까지 함께 진행한다.

이은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장례가 끝나고도 쓰레기가 남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팠어요.
마지막을 기리는 공간이 왜 이렇게 더럽게 끝나야 할까요?
친환경 장례는 ‘무엇을 줄일까’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엔 ‘어떻게 기억할까’에 닿는다고 생각해요.”

이 장례문화원은 올해부터 MZ세대를 위한 온라인 추모관 서비스도 시작했다.
묘소가 없는 자연장, 수목장을 택한 유족이 고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디지털 앨범, 추모글 게시판, GPS 연동 위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친환경 장례의 완성은, 친환경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장례식장은 단지 장례 절차를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고인을 기리고, 이별을 정리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상징적 장소다. 그런 공간이 무분별한 소비와 오염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는 과연 죽음을 존중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에 소개한 두 장례식장의 사례는 아직 소수이지만, 그 파장은 크다.
플라스틱 없는 장례식, 생화만으로 꾸며진 제단, 일회용품 없는 식사 공간, 분리수거 되는 장례 폐기물
이 모든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실제 유족들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앞으로 더 많은 장례식장이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죽음을 통해 생명을 위로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남겨진 이들에게 조용하고 정직한 감동을 전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면,
그 장례식장은 단지 서비스를 넘어서 의미를 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