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친환경 장례 수요는 얼마나 증가할까?
죽음을 준비하는 시대, 장례의 형태도 변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2024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18%를 넘기며, 명실상부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고령자가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며, 이후 2050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인이 많아진다는 의미를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와 시스템이 노년기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죽음을 남은 가족이 처리해야 할 일로 여겼다면, 이제는 생전 스스로 장례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문화, 이른바 ‘웰엔딩(well-ending)’이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떠난 뒤의 과정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비용과 방식, 절차에 대해 사전에 고민하고 선택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눈에 띄는 변화는 ‘친환경 장례’에 대한 관심의 급증이다. 수목장, 자연장, 생분해 유골함 사용, 무비석 매장 방식 등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이는 단지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와 환경 위기라는 두 흐름이 결합된 새로운 장례 문화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고령화 시대를 맞은 지금, 친환경 장례 수요가 얼마나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고령화로 인한 장례 수요의 증가와 구조 변화
고령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노년층의 의료·복지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넘어서, 장례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는 2010년 약 24만 명에서 2023년에는 약 35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45만 명, 2040년에는 5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장례 수요가 이처럼 늘어나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장지(葬地)’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한국에서 매장을 위한 물리적 공간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며, 수도권 지역은 봉안당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존 납골묘나 묘지의 관리 문제, 후손의 책임, 비용 부담 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타난 것이 화장률의 증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화장률은 약 91%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하지만 화장 후에도 유골의 안치 방식에 따라 다시 매장, 봉안, 자연장 등으로 분기되며, 그중에서 환경적 영향이 가장 적은 ‘자연장’과 ‘수목장’의 선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즉, 고령화는 단지 장례의 양적인 수요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장례 방식의 ‘질적인 변화’까지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어디에 묻힐 것인가”보다,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장례 문화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친환경 장례 수요의 확산과 정책적 반영
친환경 장례 수요는 단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이미 수치로도 확인되는 추세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수목장림 안치 건수는 5만 건 이상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누적 안치 50만 건 돌파가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하늘숲추모원’의 경우 예약 대기자가 수천 명에 이르며, 생전 예약자 비율이 40%를 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사시설 수급 중장기 계획에서도 자연장지 확대가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국 40여 개 지역에 신규 자연장지 또는 수목장림이 조성될 계획이며, 생분해 유골함 의무 사용, 비석 설치 금지, 자연 친화적 조성 규정 등도 정책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반 시민들의 의식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0~60대의 약 65%가 '환경을 고려한 장례 방식'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장례’를 이유로 친환경 장례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도 50%를 넘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추모, 온라인 장례식, 무형의 장례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이는 기존의 장례 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친환경 장례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지자체는 수목장림 이용 시 비용 지원, 생분해 유골함 무료 보급, 생전 장례계획서 등록제도 운영 등을 시행 중이며, 향후 장례 문화 전반의 법제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친환경 장례는 단지 환경을 위한 소수의 선택이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장례 방식으로 중심에 서고 있는 상황이다.
죽음의 양식이 바뀌면 삶의 질서도 바뀐다
고령화는 죽음의 숫자를 늘린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사회와 자연, 다음 세대에 남기는 유산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장례는 단지 슬픔의 절차가 아니라, 남겨진 이들과 자연에 어떤 영향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친환경 장례는 비용과 환경, 감정의 균형을 고민한 끝에 나타난 현대적 장례 철학의 결실이다. 고령 인구가 늘고, 삶의 마지막이 점점 가까워지는 사회일수록, 죽음을 자연스럽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가 수목장과 자연장, 생분해 유골함 같은 친환경 장례 방식의 확산일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어디에 묻힐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를 먼저 묻는 시대다.
고령화가 죽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품격 있게 계획할 수 있는 사회로 이끄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