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을 나무로 환생시키는 바이오 어반 프로젝트 소개
죽음과 생명의 순환을 잇는 새로운 도시 생태 프로젝트, ‘바이오 어반’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대체로 정형화된 절차 속에서 진행되며, 장례문화 역시 매장이나 화장이라는 방식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 등의 위협이 전 지구적으로 심화됨에 따라, 인간이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도 자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바이오 어반(Bio Urban)’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유골을 생명의 순환 구조에 통합하는 친환경 장례 방식을 제안하며, 단순한 자연장이나 수목장 그 이상을 지향한다. 핵심은 죽음을 ‘소멸’이 아닌 ‘환생’으로 해석하는 철학적 전환이며, 생물학적 재생을 통해 유골을 나무로 환생시키는 구조를 도시 생태계에 녹여내는 데 있다. 바이오 어반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도시 공간 속에서 지속가능한 생명을 이어가는 미래형 장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부터 이 프로젝트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이끌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바이오 어반 프로젝트의 개념과 작동 원리
바이오 어반 프로젝트는 단순한 장례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죽은 이후에도 생태계 일부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친환경 순환 생명 플랫폼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유골을 토양 친화적 성분으로 전환하는 ‘생분해 기반 생육 캡슐 시스템’이다. 구체적으로는 화장 후 남은 유골을 미세 분쇄한 뒤, 특수 배양된 미생물과 혼합해 일정 기간 발효 처리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유골이 일반 토양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분해되어, 나무의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유기질로 전환된다. 이후 이 유기질은 특정한 형태의 생육 캡슐 안에 담기게 되며, 이 캡슐은 도시 숲 조성 공간이나 수목장림, 메모리얼 파크 등지에 심겨진 나무 아래에 묻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람의 유골은 단지 땅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생장을 돕는 '생명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바이오 어반은 나무 하나하나가 고인의 이름으로 기록되는 시스템을 통해 기억과 생명의 연속성을 부여하며,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장례 참여형 도시 숲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공공기관이나 지방정부, 생태 복원 단체들과 협력해 폐허 공간이나 도시의 유휴지를 생명 숲으로 전환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도입 사례와 시민 참여 방식
바이오 어반 프로젝트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탈리아의 ‘Capsula Mundi’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달걀 모양의 생분해 캡슐 안에 유골을 담고, 그 위에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사람의 죽음을 숲의 탄생으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구조를 채택했다. 현재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직접 묘지를 숲으로 전환하는 파일럿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Urban Death Project’라는 이름으로 도심 내 친환경 장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바이오 어반 기술을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장례 협동조합과 연결해 시민 참여형 메모리얼 파크를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경기도 일부 지자체와 민간 장례업체들이 수목장과 유골 비료화 기술의 결합을 실험 중이다. 서울, 성남, 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납골당 부족 문제와 고령화로 인한 장례 수요 증가로 인해 대체 장례 방식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어반 방식의 기념 수목 조성 사업이나 시민 주도형 생명 숲 프로젝트가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공립 장묘시설에도 이 기술을 도입하는 법률적·정책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은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생애 말기 준비교육이나 생명숲 조성 봉사활동, ‘추모 식수’ 행사 등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생태 시민의식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미래의 장례문화는 ‘기억과 생명’을 심는 일
바이오 어반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소멸과 탄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허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인간이 죽은 후에도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하며,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장례문화를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행위로 전환시키는 시도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탄소를 배출하고 자원을 사용한 만큼, 죽음 이후에는 나무가 되어 그 빚을 갚는다는 윤리적 사유는 기후위기 시대에 특히 설득력을 가진다.
앞으로의 장례문화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의미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되어야 한다. 바이오 어반 프로젝트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 중 하나이며,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기술 기업이 함께 협력하여 더 나은 죽음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선택이 지구의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나무가 되어 다시 살아나는 삶, 그것은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지구에 돌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