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친환경 장례 트렌드
전통 장례, MZ세대에겐 낯설고 불편한 ‘의무의식’
한국 사회에서 장례는 오랫동안 전통, 의례, 관습의 영역으로 자리 잡아왔다. 유교적 장례 절차가 오랜 시간 유지되어 왔고, 가족 중심, 위계질서, 격식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장례는 그 자체로 일종의 ‘사회적 의무’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고, 특히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출생)는 이러한 전통 장례문화에 대해 뚜렷한 거리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러 설문조사와 사회적 현상을 통해 드러난 바로는, MZ세대는 기존 장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형식적이며, 감정적으로 소모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는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된다.
MZ세대는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나 종교적 상징으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삶의 일부이자,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할 마지막 순간으로 인식한다. 이들은 자신의 장례를 미리 설계하고,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고민하며, 남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별하길 바란다. 따라서 전통 장례가 지닌 ‘가족 중심 의례’, ‘물리적 공간의 고정성’, ‘복잡한 절차’는 이들에게 시대착오적인 구조로 느껴진다. 본 글에서는 MZ세대가 왜 전통 장례를 꺼리는지, 그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이유들을 네 가지 핵심 관점으로 나눠 분석한다.
의례적 형식과 위계 중심의 장례가 낯설고 불편하다
전통 장례는 본래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의식이었다. 가족, 친척, 지인들이 모여 삼일장을 치르고, 조문·입관·발인·하관 등의 절차를 거치며 고인을 기리는 것이 장례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MZ세대에게는 이러한 절차 중심, 위계 중심의 장례문화가 불필요한 형식주의로 느껴지거나, 감정적으로 진정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상주는 반드시 검은 정장을 입어야 하며, 가족 내 특정 연령순이나 성별 순서에 따라 역할이 고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조문객과 유족 간의 인사법, 조의금 처리, 식사 제공 등의 관습적인 행위들이 일방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에 대해 MZ세대는 진정한 애도보다는 ‘의례 수행의 피로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조문객 수가 많을수록 고인의 위상이 높다’는 오래된 인식은 MZ세대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죽음이 공개적인 퍼포먼스가 아닌, 내면적 이별의 순간으로 존재하길 바라며, 오히려 소수의 가까운 사람들과 조용히 보내는 장례를 더 선호한다. 실제로 MZ세대 중 상당수가 “자신의 장례는 조용하게 비공개로 하고 싶다”, “굳이 장례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설문결과도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형식보다 의미’, ‘절차보다 감정의 진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정서에서 비롯되며, 전통 장례문화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장례 모델을 요구하는 배경이 된다.
비용 부담과 시간 소모에 대한 회의적 시선
전통 장례가 꺼려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시간적 부담이다. 삼일장 기준으로 통상 장례에 소요되는 평균 비용은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에 이르며, 상조회사 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실질 부담은 크다. 빈소 대관, 장례식장 이용료, 장의용품, 음식 제공, 봉안당 또는 묘지 구매 비용 등 각 항목이 고비용 구조로 이어진다. 특히 봉안당은 매입 비용 외에도 20년 단위 갱신 비용, 유지비용, 정기 관리비 등이 지속적으로 소요돼, 실질적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MZ세대는 장례를 감정의 연장이 아닌, 생애 마지막까지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할 ‘프로젝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과한 소비나, 효율성 없는 형식에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또한 장례 절차 자체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바쁜 일상과 즉각적 처리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이틀 밤을 새며 치러야 하는 삼일장 문화는 지나치게 피로하고 소모적인 구조로 느껴질 수 있다. 이들은 유족의 고통을 덜기 위한 간소화된 장례를 선호하며, 실제로 최근 젊은 층에서 1일장, 간소장, 직계 가족장 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례는 반드시 성대해야 한다는 기존 세대의 관념은 이제 무너지고 있으며, MZ세대는 ‘고인을 위한 배려’보다 ‘유족을 위한 실용적 배려’를 우선으로 여기는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자연과 개인의 철학을 중시하는 윤리적 인식 변화
MZ세대가 전통 장례를 꺼리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단순한 구조적 피로감이나 비용 문제가 아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죽음을 종교적 관습이나 사회적 체면의 영역이 아닌,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는 마지막 선택으로 바라본다.
즉,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며, 그 선택이 자연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동시에 고려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곧 친환경 장례, 디지털 추모, 생분해 유골함, 해양산골, 기부 후 장례 등 다양한 새로운 장례 형태에 대한 수용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MZ세대는 전통 매장 방식이 과도한 토지 점유와 자원 소모, 방부처리제에 의한 토양 오염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죽음조차 자연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윤리적 기준을 갖고 있으며, 장례를 통해 생명을 되돌리는 방식(예: 수목장)을 더 가치 있다고 본다.
또한 ‘고인을 모시는 것’보다 ‘기억하는 방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는 온라인 추모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유언장, 디지털 유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MZ세대가 전통 장례를 꺼리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삶의 방향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며, 이들의 선택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통 장례문화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MZ세대가 전통 장례문화를 거부한다고 해서 장례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더 본질적인 애도, 더 진정성 있는 이별, 더 책임감 있는 죽음을 원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장례문화가 지나치게 관습에 얽매여 있고, 시대적 가치와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세대 취향의 차원이 아니라, 장례를 둘러싼 철학, 윤리, 환경, 감정 구조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는 장례산업 종사자, 공공기관, 종교계, 문화계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기존 관행을 유연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제도 역시 이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생전 장례계획을 지원하는 ‘프리엔딩 제도’, 공공형 수목장림 조성 확대, 생분해 유골함에 대한 기준 마련, 간소 장례 지원제도 등 현실적인 정책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MZ세대의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장례는 단지 한 사람의 끝이 아니라, 사회가 그 사람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집합적 표현이다. MZ세대는 그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그들의 시선은 미래의 장례문화를 이끌어갈 방향키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