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하늘숲추모원 vs 정수원 자연장지 – 비용, 위치, 철학 비교

grandblue27 2025. 7. 15. 18:30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 어떤 공간을 선택할 것인가

친환경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수목장이나 자연장은 단순히 장례방식의 대안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정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선택이자 실천적 결단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친환경 장례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바로 경기도 양평의 ‘하늘숲추모원’과 대전 유성의 ‘정수원 자연장지’다.

두 시설은 모두 생분해 유골함을 사용하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 숲속 장례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운영 주체, 비용 구조, 접근성, 장례 절차, 철학적 방향성 등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늘숲추모원은 산림청이 조성한 대표적인 국립 수목장림으로서 공공성과 생태적 보전 중심의 장례 철학을 지향하며, 정수원은 불교 사찰이 운영하는 종교·철학 중심의 자연장지로서 조용한 수행공간 안에 스며들 듯 장례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친환경 장례 시설을 ‘비용’, ‘위치’, ‘운영방식’, ‘장례 철학’이라는 네 가지 핵심 항목으로 비교함으로써,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 또는 생전 장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가 ‘어디서든 가능한’ 시대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공간이 더 나에게 맞는가’를 고민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 어떤 공간을 선택

비용과 이용 방식: 공공성 중심 vs 사찰 중심의 차이

하늘숲추모원 (국립 수목장림)

  • 운영 주체: 산림청 + 한국산림복지진흥원
  • 이용 비용: 평균 30만 원 내외
    • 생분해 유골함 포함
    • 비석 없음, 이름표만 설치
    • 유지관리비 없음
  • 이용 방식:
    • 사망 후 유족 예약 가능
    • 생전 예약 가능 (온라인 사전 등록제 운영)
  • 접수 방법:
    • 온라인 신청 (forest.go.kr → 추모원 예약 시스템)
    • 증빙서류 제출 (화장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하늘숲추모원은 국립시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이 있다. 공공이 운영하므로 비용이 저렴하고 투명하며,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 가능하다. 관리비가 따로 들지 않으며, 신청만 성립되면 안정적으로 생분해 방식의 수목장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인기 시설이다 보니 예약 대기 기간이 길고, 사망 후 급하게 신청하는 경우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정수원 자연장지 (사찰 운영)

  • 운영 주체: 불교 사찰 정수사 + 대전시 협력
  • 이용 비용: 평균 20만~25만 원
    • 생분해 유골함 별도 구매 (지정 업체 안내)
    • 추모표식 설치 없음 (표식 없는 자연장)
    • 추가 비용 없음
  • 이용 방식:
    • 전화 상담 → 방문 신청 → 장례일 지정
    • 생전 예약 가능
  • 접수 방법:
    • 전화 또는 방문 상담 필수
    • 온라인 접수 간소화 단계

정수원은 종교기관이지만, 종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조용한 산사 분위기 속에서 장례가 진행되며, 사찰의 수행적 전통을 살려 의례를 최소화하고 자연에 집중한다.
이용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지만, 유골함은 개별 구매가 필요하며, 표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유족에 따라 다소 심리적 허전함을 느낄 수 있다.

 

위치, 접근성, 자연환경과 장례 철학의 방향성 비교

하늘숲추모원

  • 위치: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쌍학리 산 39-2
  • 접근성: 서울 강남 기준 차량 약 1시간 30분
    • 대중교통 접근성은 다소 불편
    • 주차장, 안내센터, 숲속 산책로 등 부대시설 확보
  • 자연환경: 참나무·단풍나무 등 자생 수종이 풍부한 산림
    • ‘자연 그대로의 숲’ 보존 목적
    • 유골 안치 장소 외에는 별도 구조물 없음
  • 장례 철학:
    • ‘자연으로 돌아감’의 생태적 의미 강조
    • 공동 수목장 방식으로 개인보다 숲의 일부가 되는 개념
    • 표식은 이름표 하나 / 묘비 설치 불가

하늘숲추모원은 산림청이 직접 조성하고 관리하는 전국 최초의 국립 수목장림으로, 단지 장례 공간이 아니라 산림보전과 국민복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설이다. 생태교육센터와 추모산책로,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 등도 함께 운영되며, ‘한 사람의 죽음이 숲을 살린다’는 철학이 곳곳에 스며 있다.

 

정수원 자연장지

  •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갑동 산 47
  • 접근성: 대전 도심에서 차량으로 20분 내외
    • 시내버스 접근 가능 / 주차장 완비
    • 도보 진입도 가능해 접근성 우수
  • 자연환경: 사찰 뒤편 숲길을 따라 조성된 생태형 자연장지
    • 숲속에 유골을 안치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식
    • 의도적으로 인위적 조경이나 안내판 최소화
  • 장례 철학:
    • ‘무소유, 무표식’을 통한 생사일여 철학 강조
    • 유골은 분해되어 자연으로 흡수됨
    • 살아 있는 이의 감정보다 고인의 생태적 순환에 초점

정수원은 ‘자연장’의 원형적 형태에 가까운 장례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묘비도, 이름도 남기지 않는 ‘완전한 자연장’을 지향하며, 이는 불교적 철학인 ‘무상함’과 ‘순환의 일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인을 기억하기보다는, 고인이 자연에 융합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는 공간이다.

 

조용히, 자연스럽게, 철학에 맞는 공간을 선택하자

 

하늘숲추모원과 정수원 자연장지는 모두 고인을 존중하고 자연을 배려하는 친환경 장례를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하지만 두 시설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하늘숲추모원은 공공성과 생태복지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정수원은 영적 차원에서의 무표식 자연장 철학을 기반으로 장례가 이루어진다. 비용과 접근성, 운영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을 단순히 ‘좋다/나쁘다’로 비교하기보다는 “나는 어떤 방식의 작별을 원하는가?”, “남은 이들에게 어떤 공간을 남기고 싶은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늘숲은 ‘숲의 일부가 되는 장례’이고, 정수원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장례’다. 두 곳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주지만, 그 길에서의 의미는 각자에게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