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사에게 듣는 장례 후 감정 치유법 Top 7
장례식은 끝났지만, 감정은 이제 시작이다
장례식이 끝난 그날 밤, 대부분의 유족은 처음으로 진짜 슬픔을 마주한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조문객의 위로도 멈추고, 모든 소음이 사라진 그 순간. 그제야 고인의 부재가 실제로 피부에 와닿고, 눈물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많은 사람은 이때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거니까…”라며 감정을 억누르지만, 실제로 장례 이후 감정 회복을 위한 심리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가족 간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는 애도 과정이 지연되거나 왜곡되는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상담심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례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첫 단계’일 뿐이며, 진정한 감정 회복은 그 이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 개인적 여정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국내 상담심리사 3인의 자문을 바탕으로, 유족이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감정 치유법 Top 7을 정리한 것이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애도라는 감정의 깊은 강을 건너기 위한 실질적 ‘심리적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상담심리사가 추천하는 감정 회복법 1~3
1. 감정을 ‘인정’하는 하루 10분의 루틴
장례 후 유족이 가장 흔히 범하는 심리적 오류는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것이다. “이제는 울면 안 되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같은 자기검열은 슬픔의 흐름을 차단해 지연된 애도(delayed grief)로 이어진다. 상담심리사 김다현(임상경력 12년)은 추천한다.
“매일 10분, 조용한 시간에 자신에게 감정을 묻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오늘 하루 그리움이 어땠는지, 고인이 생각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말이죠.
소리 내어 말하거나, 일기로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을 언어화하는 행위는 심리학적으로 감정 구조화와 정서 처리에 효과가 크며,
특히 우울감이 지속되는 초기 유족에게 매우 유익하다.
2. ‘누군가에게 말하기’ – 감정을 고립시키지 않는 의식
슬픔은 본능적으로 숨기고 싶은 감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한다. 감정은 누군가에게 들려줄 때 치유의 시작점이 열린다. 가족, 친구, 심리상담사, 종교 지도자 등 누구라도 좋다. 고인과의 마지막 순간, 미처 하지 못한 말, 죽음 이후의 공허함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자기 내면을 객관화하며 감정을 외부로 배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심리상담사 이지우(정신보건상담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 고립되기 시작하면, 슬픔이 정체되고 병이 됩니다.
‘괜찮아?’라고 묻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상태예요.”
감정을 고립시키지 않는 대화의 시작이야말로,
애도라는 고통의 터널에 빛을 들이는 첫 단계다.
3. ‘기억 일기’를 써라 – 추억을 감정으로 바꾸는 기록의 힘
고인과의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슬픔을 자극할 수 있지만, 그 기억을 언어로 옮기는 과정은 슬픔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테면 매주 한 번씩 고인과의 대화, 에피소드, 감사한 일 등을 적는 기억 일기는 심리상담 영역에서 매우 효과적인 치유법으로 쓰인다. 특히 ‘감사 회상 기법’(gratitude recall)을 함께 적용하면, 유족의 심리적 안정과 우울감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시 문장:
- “아버지, 지난 가을 단풍 보러 갔던 길이 생각나요.”
- “그날 혼자 걷다가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그게 따뜻했어요.”
기억 일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다시 살아 있는 기억’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유족에게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위로로 다가온다.
회복을 촉진하는 감정 치유법 4~7
4. 자연 공간을 활용하라 – 수목, 숲, 바다로 감정을 흘려보내기
임상심리학에서는 자연을 ‘감정의 완충제’라고 부른다. 실제로 많은 유족이 수목장, 자연장지, 공원묘지, 숲길 등을 방문하면서 “고인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한 바람이 감정을 안아줬다”고 말한다. 상담사 김다현은 권한다.
“자연 속에서 혼자 고인을 떠올리고, 말을 걸고, 눈물을 흘리는 시간은
말로 하는 상담 이상의 정화 효과를 줍니다.”
가능하다면 생전에 고인이 좋아하던 장소나, 수목장이 진행된 공간을 정기적으로 방문해보자.
자연은 언제나 유족의 감정을 받아주는 ‘비언어적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5. 고인을 위한 ‘기억 앨범’ 만들기 – 시각화된 추모
감정은 시각 자극에도 깊은 반응을 보인다. 사진, 영상, 메모, 손편지 등 고인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성한 기억 앨범은 슬픔을 객관화하고, 애정을 구조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유족에게 기억 앨범을 만들게 했더니
“보는 순간 눈물이 났지만, 그 후에는 차분해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 앨범은 혼자 볼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고인을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시간의 일부’로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 된다.
6. 애도 일정을 스스로 설계하라 – ‘내 방식의 기일’ 만들기
전통적으로는 49재, 기일, 제사 등으로 애도를 관리하지만 현대 심리상담에서는 개인화된 애도 일정 설계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고인의 생일에 혼자만의 편지를 쓰거나, 매년 같은 날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차려놓고 조용히 식사하는 방식 등 “나만의 방식으로 고인을 기리는 의식”이 감정 회복에 강력한 의미를 부여한다.
심리상담사 이지우는 말한다.
“의식은 슬픔의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무형의 감정을 유형의 시간 속에 배치하면, 마음이 그 틀에 따라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7. 전문 상담의 문을 두드려라 – 감정이 오래 간다면 반드시 도움받기
마지막으로, 슬픔이 6개월 이상 일상에 영향을 줄 경우 전문 심리상담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약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책임지는 가장 성숙한 행동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즉시 상담이 권장된다:
- 꿈에 고인이 자주 나타나며 잠을 설치는 경우
- 고인의 죽음 이후 죄책감이나 자책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
- 슬픔으로 인해 직장생활이나 가족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경우
현재는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무료 또는 저비용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상담은 감정을 없애주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안전한 공간이다.
감정은 없애는 게 아니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장례 이후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양을 바꾸어 일상 속에 남는다. 그 감정을 억누를수록 더 깊게 뿌리내리고,
직면하고 흘려보낼수록 부드럽게 희미해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슬픔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감싸안고, 살아가는 힘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7가지 치유법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으며, 슬픔을 직면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건강한 방식이다. 고인을 보내는 장례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그 사람을 향한 감정은 오랫동안 우리 안에 머문다.
그러니 그 감정과 함께, 천천히, 따뜻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