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 UX 설계안
청년세대에게 유언장은 ‘죽음의 기록’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다
전통적으로 유언장은 사망 직전 남기는 법적 문서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에게 유언장의 개념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그들에게 유언장이란 단지 재산 상속을 위한 문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담는 감성적 기록물이다. 특히 청년세대는 죽음을 멀게 느끼지만 동시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죽음을 준비한다’는 개념보다는, ‘지금의 나를 기록해둔다’는 자기표현 방식으로 유언장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종이 서류가 아닌, 모바일 기반의 멀티미디어 중심 유언장 플랫폼을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을 위한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은 단순히 법적 효력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정서적 공감, UI 직관성, 콘텐츠의 유연성, 시각적 디자인, 공유 기능, 사후 전달 방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 플랫폼은 ‘죽음의 문서’가 아니라, ‘지금 나를 남기는 창의적 도구’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UX 설계 단계부터 전통적 법률 서비스가 아닌 브랜드 경험 기반의 콘텐츠 디자인 구조를 채택해야 한다.
플랫폼 핵심 UX 구조 – ‘기록, 정리, 연결’의 3단계 경험 설계
청년세대를 위한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은 세 가지 UX 흐름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바로 ①기록 → ②정리 → ③연결의 3단계 사용자 여정이다. 이 구조는 단순한 정보입력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특정 대상에게 연결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 기록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영상, 음성, 텍스트, 사진 등 다양한 형태로 ‘나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인생의 문장’, ‘고마운 사람에게 남기는 메시지’,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 같은 감성형 질문을 통해 텍스트뿐 아니라 셀프 영상 녹화, 음성 메시지, 이미지 선택형 다이어리 등으로 입력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SNS형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청년세대가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UX의 핵심이다.
2. 정리 단계는 사용자가 기록한 다양한 콘텐츠를 카테고리별, 시간순, 주제별로 정리하고 시각화해주는 모듈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적 유언 내용과 감성적 유산 콘텐츠를 분리 구성하는 구조다.
예: ‘법적 유언장’에는 재산 관련 문구를 입력하고 인증 도구와 연결, ‘인생 유산 앨범’에는 감성 콘텐츠를 큐레이션 형식으로 배치해 사용자가 ‘나의 유언장을 하나의 스토리 콘텐츠처럼 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3. 연결 단계는 유언장 내용을 특정 사람(가족, 친구, 연인 등)에게 ‘사후 전달’될 수 있도록 설정하는 UX 흐름이다.
예: 수신자 설정 → 관계 선택 → 전달 시점 지정(사망 등록 시 자동 발송, 1년 후 발송 등) → 알림 설정
이 UX는 사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수 있다’는 감정적 연결 경험을 제공한다.
이 3단계 구조는 기술 기반이지만 감성 중심으로 설계되며, 청년세대가 단순한 문서가 아닌 ‘삶을 설계하고 전하는 디지털 앨범’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성 UI/UX 디자인 요소 – 사용자 감정과 공감에 집중하다
청년세대를 위한 플랫폼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 중심의 UI/UX다. 법적 유언장처럼 딱딱한 항목 나열식 구성은 청년들의 이탈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UX 설계자는 플랫폼 전체에서 감성적 몰입, 자율적 표현, 그리고 ‘나만의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는 디자인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홈 화면은 ‘질문’ 중심이어야 한다.
‘오늘 내가 가장 사랑했던 순간은?’, ‘지금 떠난다면 누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가?’,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 세 가지는?’ 같은 질문은, 청년 사용자에게 단순한 클릭보다 자기감정과 기억을 끌어내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 이는 심리적 몰입을 유도하며 기록에 대한 저항감을 줄인다.
둘째, 시각적 인터페이스는 앨범형·타임라인형·폴더형 UX를 병행해야 한다.
영상 기반 콘텐츠는 앨범식으로 정렬하고, 텍스트형 유언은 타임라인 구조로 보여주며, ‘생전 일기’, ‘고마운 사람들’, ‘장례 방식 선택’ 등 주제별 콘텐츠는 폴더형으로 분류해 사용자가 자기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개인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배경음악 선택, 표지 디자인 테마 변경, 폰트 지정, 감정 태그 삽입 등을 통해 사용자가 플랫폼을 ‘내 이야기 공간’처럼 꾸밀 수 있게 하면 장례 플랫폼이 아닌, 감정 플랫폼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감성 디자인은 단지 예쁜 UI를 넘어서, 청년들이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플랫폼에 애착을 갖게 하는 핵심 UX 전략이 된다.
디지털 유언장은 청년의 ‘존재 기록 도구’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유언장을 단지 죽음에 대비한 법적 서류로 이해하면, 청년들은 결코 그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플랫폼은 “지금의 나를 정리하고,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또는 “세상에 남기고 싶은 작은 유산”으로 해석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UX가 된다.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 스타트업이 이 플랫폼을 기획한다면 단순한 인증 기반 서비스를 넘어서 청년의 ‘삶 기록 도구’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는 장례문화 혁신이 아니라, 청년 정신건강 지원, 자아 탐색 프로그램, 디지털 추모문화 창출 등 다양한 공공성과 민감한 개인 감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서비스가 된다. 또한,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은 단독 서비스로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연계가 가능해야 한다:
1. 친환경 장례 방식 선택 저장 (수목장, 해양산골, 퇴비장 등)
2. 생전 장례계획 등록 기능 (프리엔딩 연계)
3. 온라인 추모관 자동 생성 및 추모 콘텐츠 전환
4. 유산 나눔 의향 등록 (장기기증, 사회기부 등)
5. “나의 마지막이 남길 사회적 메시지” 캠페인 연계
결국 디지털 유언장은 ‘죽음’이 아니라 ‘존재의 마무리’이자 ‘기억의 설계’로 발전해야 하며,청년에게 이 플랫폼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도구가 아닌, 삶을 좀 더 뚜렷하게 살기 위한 ‘내면 미디어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