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의 실현, 민간과 공공이 함께 나서야 가능한 일
기후위기와 인구 고령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인식 전환은 이제 장례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려하고 자원 소모적인 전통 장례 방식 대신,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장례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한국도 그 흐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장례 인증제’가 국가정책과 지자체 사업으로 논의되면서, 친환경 장례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공공 영역이 보장하고 사회 전체가 실천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정책을 실현 가능한 현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공 단독의 힘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장례 시설의 90% 이상이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구조 속에서, 민간의 협력 없이 제도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동시에 민간에게 제도 참여를 강제만 하는 방식으로는 반발과 저항이 생기며, 결과적으로 친환경 장례 문화는 왜곡되거나 사장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공공과 민간이 명확한 역할 분담과 공동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델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장례 제도 확산을 위한 민간-공공 협력 모델 구축의 필요성, 실행 구조, 제도 설계 전략, 그리고 사례 기반 확산 방안까지 4단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내용은 지자체 정책 담당자, 장례업계 관계자, 환경 NGO, 인증기관, 입법 보좌관 등 모두에게 실질적인 정책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왜 민간-공공 협력이 필수인가 – 구조적 배경과 현실 진단
첫째, 한국의 장례 인프라 구조는 본질적으로 민간 중심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장례식장의 80% 이상이 민간이 운영하고 있으며, 수목장림, 자연장지, 화장장 중 일부 공공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례 서비스 제공자는 민간 법인, 종교기관, 장례협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친환경 장례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정착할 수 없다.
둘째, 친환경 장례는 인증제 도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생분해 유골함, 비목재 관, 생태적 장례 절차, 탄소 저감 장비 등 장례 물류 전반의 전환이 동시에 필요하며, 이는 대부분 민간 장례업체의 상품·시설·서비스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은 기준과 인센티브 제공자로서 역할을 하지만, 실제 소비자 접점에서의 구현은 민간이 전담하게 된다.
셋째, 공공은 친환경 장례를 환경정책, 사회복지정책, 장사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하지만, 민간은 시장 생존과 수익성 중심의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 이 괴리를 조정하고 ‘친환경 = 생존 가능 모델’이라는 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제도는 의도와 달리 표류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친환경 장례 확산의 가장 현실적인 조건은 공공의 기준 설정과 지원, 그리고 민간의 창의적 실행이 공동으로 작동하는 협력 구조 구축이다.
민간-공공 협력 모델 구축을 위한 실행 전략 3단계
공공과 민간이 친환경 장례 인증제와 정책을 협력하여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역할 분담 명확화, 공동 참여 구조 설계, 인센티브 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
1단계 – 역할 분담 명확화: 기준은 공공, 실행은 민간
가장 중요한 것은 역할 혼선을 없애는 것이다. 인증 기준, 조례, 가이드라인, 교육 매뉴얼, ESG 연계 전략 등은 공공이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민간은 이를 서비스 상품화, 공간 운영, 사용자 안내, 고객 경험 개선의 영역으로 해석해 실행에 옮기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인증된 수목장림의 탄소저감 성과를 분석하는 일은 공공이 하고, 그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브랜드 전략은 민간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2단계 – 협력 체계 구축: 공동 플랫폼과 민관 거버넌스 설계
지자체 또는 환경부는 민간 장례업체, 장례협회, 친환경 장례 전문 스타트업, 시민단체 등과 함께 ‘친환경 장례 민관협의체’를 조직하고, 지역 단위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 협의체는 인증제 기준 수립, 지역 장례시설 공동 전환 계획, 장례 인식 개선 캠페인까지 현장 목소리와 정책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가 된다.
3단계 – 인센티브와 보상 설계: 민간 참여 유도 장치 마련
민간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장례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단지 ‘명분’이 아니라 ‘보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인증 장례업체 세제 감면 △친환경 유골함 사용 시 지방세 감면 △공공 장례위탁 우선계약 △ESG 경영 지표 반영 등 실질적인 혜택이 포함돼야 한다. 동시에 공공은 모범 민간 장례업체를 선정하여 인증 마크 수여, 시민 추천 장례식장 등록,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비재정적 보상도 제공할 수 있다.
협력 모델 확산을 위한 제도 기반 및 문화 전환 방안
협력 모델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제도화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지속가능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첫째, 협력 모델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하는 법·조례 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친환경 장례 민관 협력사업’ 조항을 신설하거나, 각 지자체는 ‘친환경 장례 촉진 및 인증 조례’를 통해 민관 공동참여 방식, 인증 절차, 참여 인센티브 조건 등을 명확히 명문화해야 한다.
이렇게 제도화된 협력 구조는 행정의 연속성과 민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둘째, 교육과 시민 캠페인을 통해 사회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공공은 협력 모델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시민에게 알리고, 민간은 그 과정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교육청, 노인복지센터, 종교기관, 대학교 등과 협력한 ‘생전 장례설계’ 교육과 함께 친환경 장례 체험 프로그램, 수목장 투어, 청년 장례디자인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
셋째, 협력 모델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고 확산해야 한다. 공공은 협력 모델에 참여하는 민간 업체의 운영 사례, 시민 만족도, 탄소저감 효과, 지역사회 파급력 등을 정량적·정성적 지표로 분석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타 지자체나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자체별 랭킹, 친환경 장례 산업백서 발간, 민간 우수 사례 공유 포럼 개최 등의 전략적 확산이 가능하다.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제도화는 협력의 엔진이다
친환경 장례는 더 이상 선택적인 흐름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 국토 효율성, 시민 윤리의식 변화, 자산의 지속가능한 관리라는 관점에서 이제는 사회 전체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장례 문화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공공과 민간이 손을 맞잡지 않으면 인증제는 무용지물이 되고, 제도는 참여 없이 사문화될 위험에 처한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고,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는 공공의 기준과 민간의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협력 시스템이다. 협력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제도화하고, 사회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전략이 없다면, 우리는 친환경 장례의 필요성만 논의한 채, 또 하나의 정책 실패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오늘 이 구조를 설계하고 시범 운영에 성공하는 지자체와 민간기업은 대한민국 장례문화 전환의 실질적 선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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