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방식까지도 친환경적으로 바뀌는 시대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은 이제 출생과 삶을 넘어서 죽음의 방식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전통 장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비분해성 소재, 과도한 자원 소비는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적 죄책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친환경 장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수의의 친환경화다.
수의는 고인을 마지막으로 감싸주는 옷이며, 동시에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명주나 비단 등 값비싼 소재가 사용되었으나, 현대에 이르러 화학 섬유나 염색 처리된 소재가 대량 사용되면서 생분해가 어렵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분해성 소재로 수의를 직접 제작하거나, 전문 업체에서 구입하려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아 실제로 수의를 직접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수의에 적합한 소재부터, 만드는 과정, 세부 구성, 유의사항까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4개의 문단에 걸쳐 안내한다.
친환경 수의에 적합한 소재 고르기 – 핵심은 ‘자연분해 가능성’
친환경 수의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소재 선택이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고인의 몸을 편안히 감싸줄 수 있는 재질을 고르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소재는 다음과 같다.
1. 삼베(마) – 삼베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천연섬유이며, 수천 년간 우리 민족이 사용해온 전통 소재다. 살균 효과와 통기성이 우수하며, 염색 처리를 하지 않아도 단정하고 고요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의류 업계에서도 삼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 오가닉 코튼(유기농 면) –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재배된 면으로, 피부에 자극이 적고 자연분해 속도가 빠르다.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으로 고인을 편안하게 감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리넨(아마섬유) –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통기성이 좋으며, 수의로 사용할 경우 자연스럽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유럽에서는 리넨을 수의 소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4. 버섯균사체(Mycelium Fabric) –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지만, 100% 생분해가 가능한 혁신적 소재다. 버섯의 균사체로 만든 이 소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위와 같은 소재를 선택할 때는 ‘무염색’, ‘무방부 처리’, ‘무합성섬유’ 조건을 만족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중에서 친환경 원단을 구입할 때는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인증 마크가 있는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천연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안전하게 분해되며, 화장 시에도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어 친환경 장례의 취지에 부합한다.
친환경 수의의 기본 구성과 전통 방식 고려하기
수의는 단순히 한 벌의 옷이 아니라, 여러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전통 의례복이다. 친환경 수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소뿐 아니라, 문화적 상징성과 절차적 의미도 존중해야 한다. 전통 수의의 기본 구성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 상의 (저고리 또는 두루마기)
- 하의 (바지 또는 치마)
- 속옷
- 대님(바지끈), 띠
- 수건 또는 수건천
- 버선 또는 발싸개
이러한 구성은 남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종교적 성향이나 지역 전통에 따라도 조금씩 달라진다. 친환경 수의를 만들 때는 이러한 기본 구조를 유지하되, 소재를 바꾸거나 장식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느질에 사용하는 실도 면사(면으로 만든 실)나 리넨사 등을 사용하면 플라스틱 계열 합성실을 대체할 수 있다. 단추나 지퍼 대신 끈으로 여미는 방식이 더욱 친환경적이다. 일부 고인은 평소 입던 한복이나 의복을 수의로 사용하길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기존 옷을 재활용하여 친환경성과 감성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천연염색을 이용해 은은한 색감을 부여할 수도 있다. 쑥, 치자, 오미자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염색을 하면 인위적 느낌을 줄이면서도 고인의 개성을 담을 수 있다. 다만 천연 염색을 할 경우에는 색이 번지지 않도록 잘 말리고 고정 처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 제작 과정 – 준비에서 바느질까지
수의를 직접 제작하는 과정은 환경을 위한 노력일 뿐 아니라,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의식이 될 수 있다. 제작은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① 디자인 및 사이즈 설계
고인의 체형에 맞는 기본 치수를 설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의는 다소 여유 있게 만들며, 체형보다 약간 넉넉한 것이 좋다. 이 단계에서는 기존의 전통 수의 패턴을 참고하거나, 한복 패턴을 약간 수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② 소재 재단
선택한 천연 원단을 적절한 크기로 재단한다. 가능한 천 조각을 최소화하여 원단 낭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급적 재단 후 남는 천은 수건이나 발싸개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바느질 및 마감 처리
모든 부분은 손바느질 또는 천연 소재 재봉실을 이용한 재봉틀 작업으로 진행한다. 화학 실,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마감은 반드시 안쪽으로 처리하여 고인의 피부와 직접 닿는 면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
④ 장식 및 구성 요소 부착
장식을 줄이고, 장례문화에 맞는 최소한의 구성만 적용한다. 예를 들어 종교적인 상징물을 넣거나 수건에 간단한 문구를 수놓는 것도 가능하지만, 반드시 생분해 가능한 실과 직물로만 해야 한다.
⑤ 보관 및 전달
완성된 수의는 환기가 잘 되는 장소에서 천으로 감싸 보관한다. 미리 제작한 경우, 가족에게 수의의 의도와 제작 과정을 설명해 의미를 공유하면 정서적 연결감이 깊어진다.
이렇게 손으로 직접 만든 수의는 단순히 의복을 넘어, 고인에 대한 존경과 환경을 위한 책임감이 결합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된다.
친환경 수의 제작 시 주의할 점과 향후 가능성
친환경 수의를 제작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재료의 인증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천연’이라는 표시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혼방 섬유이거나 화학 처리가 된 경우가 많다. ‘무형광’, ‘무염료’, ‘100% 천연섬유’임을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국제 친환경 인증 마크(GOTS, OEKO-TEX 등)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둘째, 장례식장이나 장묘시설의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수의 규격이나 형식을 지정해두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해당 시설에 문의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연장에서의 매장 또는 화장 조건에 따라 수의 소재가 문제되지 않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셋째, 가족이나 유족과의 공감대 형성 역시 중요하다. 친환경 수의는 전통적인 수의보다 다소 소박해 보일 수 있고, 일부 가족 구성원은 그것이 경건함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친환경 수의의 의미와 제작 과정, 고인의 뜻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수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점차 보편적인 장례문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는 이미 버섯으로 만든 생분해 수의가 상용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향후에는 3D 프린팅 기술이나 식물성 섬유 기반의 자동화 제작 시스템이 개발되어 누구나 쉽게 친환경 수의를 준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와 조화를 이루는 마지막 옷, 스스로 준비하는 지혜
친환경 수의는 단지 하나의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직접 만드는 수의는 고인을 위한 마지막 정성과 자연을 위한 실천이 겹쳐지는 자리이며,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 장례문화도 지속가능한 삶의 연장선으로 자리잡아야 할 때다. 오늘의 이 글이 친환경 수의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실천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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