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미래 장례의 모습은? 기술과 만나는 친환경 장례

grandblue27 2025. 7. 7. 10:30

전통의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별의 방식

인간의 삶과 죽음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과거에는 가족 중심의 공동체 장례가 일반적이었고, 장례는 후손들이 조상을 기리며 이어가는 의례의 연장이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핵가족화, 종교적 영향력 약화 등으로 인해 장례 문화는 빠르게 간소화되고 비정형화되고 있다. 동시에 환경에 대한 관심과 기술의 발전이 결합되면서 ‘장례의 미래’라는 개념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며,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서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 즉 친환경 장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거대한 묘지를 만들거나 인공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 역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태윤리적 감수성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래의 장례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까? 기술은 죽음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친환경 장례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현재의 친환경 장례를 기반으로 앞으로 10~30년 내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술 기반 장례 방식과, 실제 적용 가능한 사례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한국 사회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함께 살펴본다.

미래 장례의 모습

 

기술이 바꾸는 친환경 장례 방식의 현재와 미래

 

기술은 이미 장례 분야에 조용히 침투하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 부고를 알리는 수준을 넘어서, 디지털 장례식, AI 추모 시스템, 메타버스 추모관, 생분해 기술 기반의 장례 등 다양한 혁신이 실제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1. 수분해 장례(Aquamation) – 화장의 대체 기술
가장 주목받는 친환경 장례 기술 중 하나는 알칼리수 분해 장례, 즉 ‘Aquamation’이다. 이는 시신을 고온의 알칼리수(물+수산화칼륨)에 넣어 조직을 부드럽게 녹인 뒤, 유골만 남기는 방식이다. 화장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90% 이상 적고, 미세먼지나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며, 물은 정화 후 하수처리 시설로 흘려보낼 수 있어 환경 부담이 매우 낮다. 이미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합법화되었으며,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도 이 방식을 택해 주목을 받았다.

2. 버섯 장례(Bioshroom or Myco-Burial)
균사체(Mycelium)를 활용한 버섯 기반 장례는 시신을 감싸는 관이나 유골함을 버섯으로 만들어, 유해 물질을 분해하고 토양을 정화하는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는 이 장례 방식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관뿐만 아니라 의상(생분해 수의)까지 모두 생태 기반으로 제작된다.

3. 디지털 추모와 메타버스 장례식
기술은 물리적인 장례 공간을 디지털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은 고인의 생전 사진, 영상, 음성 데이터를 AI가 종합하여 ‘디지털 영정’ 혹은 ‘가상 아바타’* 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족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고인을 추모하거나, 추모 공간을 꾸미고 방문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수목장, 자연장처럼 물리적 표식이 없는 장례 방식과 결합되어, 디지털 공간이 새로운 추모 장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4. 탄소 상쇄형 장례(Carbon Offset Funeral)
친환경 장례 중 가장 진보적인 형태는 장례 과정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장례차 이동 거리, 장례식장 전력 사용, 유골함 제조, 유골 운송 등에서 발생한 탄소량만큼 기념 나무 심기, 기후 기금 기부, 친환경 토지 보호에 참여하는 방식이 유럽과 북미에서 확산되고 있다. 기술 기반 플랫폼이 이 과정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관리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친환경 장례와 기술 접목의 실제 가능성과 과제

 

기술과 친환경 장례가 결합되는 흐름은 분명 현실화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문화적,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장례에 있어 여전히 유교적 가치관, 가족 중심의 의례성, 비석이나 묘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장례 방식이 등장해도 단기간에 대중화되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직 Aquamation이나 버섯 장례 같은 기술 기반 장례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화장과 매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연장과 수목장도 일정한 허가 시설 안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장례 기술을 도입하려면 제도 개선, 공공 인식 제고, 장례산업 종사자 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변화도 분명히 존재한다. 2030년까지 한국은 장사 수요의 95% 이상이 화장 중심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1인 가구, 비혼 인구, 고령자 증가로 인해 ‘간소하지만 의미 있는 장례’를 원하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MZ세대는 디지털 추모나 생분해 유골함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환경 보호와 삶의 윤리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났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술 + 자연 + 개인 맞춤’이라는 3요소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장례 방식이 점차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수목장에서 고인의 GPS 기반 위치를 추적하고, 디지털 추모관을 연결해주는 시스템, AI가 고인의 목소리로 추모 메시지를 생성해주는 장치, 장례 비용을 자동 탄소 상쇄 기부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등이 실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장례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더 이상 환경을 해치지 않는 죽음을 준비하는 당연한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죽음의 방식은 곧 삶의 철학이 된다

 

장례는 단지 사후 절차가 아니라, 삶 전체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선언이다. 그리고 이 철학은 이제 환경을 해치지 않고, 기술을 활용해 의미 있게 남겨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선택한 삶의 방식이, 죽음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장례 기술은 단지 편리함을 넘어서 윤리와 생태를 연결하는 새로운 인프라가 되고 있다.

물리적 무덤이 사라지고, 나무가 묘비가 되며, 디지털 공간이 추모의 장이 되는 세상.
기술은 죽음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그 의미를 되새기는 도구가 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장례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과 자연,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가장 조용한 축제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