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자연을 위한 마지막 배려 – 플라스틱 없는 친환경 장례 준비법

grandblue27 2025. 7. 8. 07:30

장례도 환경을 해친다면, 우리는 무엇을 남기는가? 

인간의 생은 필연적으로 끝을 맞이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 마지막 순간에도 삶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싶어 한다. 최근 들어 “죽음조차 자연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장례 문화가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없는 친환경 장례, 즉 일회용품과 비분해성 소재를 배제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장례 방식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많은 양의 플라스틱과 인공 소재가 사용된다. 일회용 숟가락과 접시, 화환 포장 비닐, 플라스틱 수의 단추, 장례식장 장식물, 관 내부 스펀지 등은 모두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화장 시 플라스틱이 함께 소각되면 유독가스와 미세먼지가 발생하며, 공기 중 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간과되기 쉽다.

죽음을 기리는 장례가 결국 지구에 또 하나의 쓰레기를 남긴다면, 그것은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또 다른 파괴의 출발점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한 장례, 즉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 장례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가능한 플라스틱 없는 친환경 장례 준비법을 구체적인 항목별로 정리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과 제품, 절차를 안내한다.

플라스틱 없는 친환경 장례

장례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실태와 대체 방안 

 

장례에는 생각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은 편의성과 일회용성을 이유로 선택되지만,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수백 년간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존하게 된다. 아래는 전통 장례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사용 사례들이다.

1. 관 내장재 및 외부 마감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관 내부에는 스펀지, 합성 섬유, 플라스틱 단추, 방수 비닐이 삽입되어 있다. 외부는 유광 코팅 처리된 MDF 재질이 많은데, 이는 본질적으로 플라스틱 수지 성분이 포함된 인공 목재다. 이러한 관은 화장 시 유독물질을 배출하거나 매장 시 토양 속에 그대로 남는다.

해결 방법:

  • 생분해성 수의 + 무코팅 소나무 관을 선택
  • 화학처리 없는 원목이나 국산 편백나무 관
  • 대나무 섬유 또는 천연 마 소재로 만든 내장재 사용

2. 유골함 및 포장재
전통 유골함은 대부분 도자기나 유리로 되어 있지만, 내부 완충재로 스티로폼, 플라스틱 링 등이 삽입되며, 유골함을 감싸는 외부 박스도 PVC 라미네이팅 처리된 경우가 많다.

해결 방법:

  • 생분해성 유골함(옥수수 전분, 점토, 대나무 섬유 등) 사용
  • 비닐 없는 한지 또는 천으로 유골함을 감싸는 포장 선택
  • 포장재는 재사용 가능한 천 보자기비도장 골판지 박스 사용

3. 장례식장 일회용품과 식사용기
조문객을 맞이하는 장례식장에서는 숟가락, 젓가락, 종이컵, 물병, 식판 등 다수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제공된다. 이로 인해 장례 3일간 수백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한다.

해결 방법:

  • 친환경 장례식장을 사전 예약하거나,
  •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요청
  • 다회용 식기 제공 서비스가 가능한 장례식장 선택

4. 화환과 장례 장식
일반 화환은 비닐 리본, 플라스틱 꽃줄, 폼 재질 베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장례가 끝나면 대부분 폐기되며, 재활용이 어렵다.

해결 방법:

  • 조화 대신 생화 사용 요청
  • 친환경 화환(종이 베이스, 한지 리본) 선택
  • 아예 헌화만 받는 장례로 간소화

이처럼 장례 준비 전 각 항목마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사전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점검하고, 유족들과의 합의를 통해 선택을 조율하면 의미 있는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

 

플라스틱 없는 장례를 위한 사전 준비 5단계

 

플라스틱 프리 장례는 단지 장례 당일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생전부터의 준비와 가족과의 대화가 함께 필요한 과정이다. 아래는 플라스틱 없는 장례를 실현하기 위한 실제 준비 단계다.

 

1단계: 생전 유언장 또는 장례계획서 작성
자신의 장례 방식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친환경 장례를 원하며, 플라스틱 없는 장례 절차를 요청한다”는 구체적인 문구를 넣는 것이 좋다.
예: “수의는 천연 소재로 해주세요”, “화환은 받지 않겠습니다.”

 

2단계: 장례식장 및 장지 사전 선택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면, 친환경 장례에 동의하는 장례식장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 생분해 유골함 반입 가능 여부
  • 다회용 식기 사용 가능 여부
  • 자연장지, 수목장림과 연계 가능 여부 등
    사전 문의를 통해 준비 상황을 조율할 수 있다.

3단계: 친환경 장례용품 준비
생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생분해 유골함 구매
  • 무코팅 원목 관 사전 예약
  • 천연 수의 또는 면/마 소재 수의 마련
  • 플라스틱 없는 포장재 키트 준비

4단계: 가족과의 사전 설명 및 의사 공유
유족이 갑작스럽게 장례를 준비하게 되면,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전통 장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가족들에게 플라스틱 프리 장례에 대한 철학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일부는 “이상한 장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 점차 이해하고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5단계: 디지털 추모와 장식 최소화
묘비, 비석, 화환 대신 디지털 추모관을 활용하면 물리적인 장식 없이도 충분히 고인을 기릴 수 있다.

  • QR코드 기반 온라인 추모 앨범
  • SNS 메모리북
  • 추모 메시지 리플렛 제작
    이런 방식은 종이와 플라스틱을 줄이고, 정서적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죽음의 방식까지 바꾸는 작은 선택, 지구에 남는 가치는 더 오래간다

 

삶의 마지막이자 가장 엄숙한 의식인 장례는, 더 이상 전통의 반복만으로는 의미를 완성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우리가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죽음은 지구에 또 하나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아름다운 순환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플라스틱 없는 장례는 단지 유행이 아닌 윤리적 선택이며, 자연과 후손, 나 자신을 위한 마지막 배려다. 일회용품 없는 장례, 생분해 유골함 사용, 자연장을 통한 회귀의 철학은 결국 고인을 기리는 마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 깊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기억을 남긴다.

죽음 앞에서 더 이상 환경을 해치지 않겠다는 결심, 그것이야말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가장 인간적인 실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