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중요한 건 ‘경험’이다: 실제로 친환경 장례를 치러본 사람들의 이야기
2025년,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심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 무엇보다 ‘가족에게 짐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실용적 이유가 친환경 장례 방식인 수목장·자연장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자연장은 생소하다. 묘비도 없고, 비석도 세우지 않으며, 대부분은 나무 아래 조용히 유골을 안치한다. 그렇다면 정말 그렇게 장례를 치러도 괜찮을까? 자연장이 서서히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부 유족들은 "허전하다", "기억할 공간이 없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 실제로 자연장을 선택해 장례를 치른 유족들은 오히려 예상과 달리 평온했고, 후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서울·부산·대전이라는 대표 도시에서 친환경 장례를 직접 경험한 실제 유족들의 생생한 후기를 정리했다. 후기 내용은 인터뷰 방식이 아닌, 실제 이용자들에게 받은 후기와 장례 이후 소감, 시설에 대한 평가, 유족 간 감정의 흐름 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독자들이 장례를 미리 고민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하늘누리 친환경 자연장지 후기: 도심 속에서 만난 평화로운 작별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경순 씨(여, 67세)는 지난해 남편의 장례를 서울 하늘누리 자연장지에서 치렀다. 남편은 암 투병 중 생전에 “자연으로 조용히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가족들은 이에 따라 하늘누리에 생전 예약을 완료한 상태였다. 박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장례식장에서 2박 3일을 치르고, 화장을 마친 뒤 차량으로 하늘누리로 이동했어요.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그곳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단정했어요. 나무 사이로 빛이 내려오고, 숲길이 이어지는데, 마음이 참 편해지더군요.”
하늘누리는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수목장지로, 생전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생분해 유골함 사용이 원칙이다. 묘비나 석물 없이 고인의 유골은 나무 아래 공동 안치되며, 전자 추모 시스템을 통해 위치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디 찾아가야 하느냐’고 걱정했지만, 막상 장례를 치르고 나니 조화, 석물, 봉분 없이도 충분하다는 걸 느꼈다”며 “돌아갈 수 있는 숲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도 매년 봄, 나무가 잎을 틔우는 시기에 남편이 안치된 숲길을 걷는다.
“도심 가까운 곳에 이렇게 자연스러운 공간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에요. 사람도, 자연도 조용히 흘러가더군요.”
부산 영락공원 친환경 자연장지 후기: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장례가 가능했던 공간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윤재우 씨(남, 42세)는 외할머니의 장례를 영락공원 자연장지에서 진행했다. 평소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던 외할머니는 생전부터 자연장을 원했고, 영락공원에 사전예약까지 해둔 상태였다.
“사망 후 화장을 마치고 바로 자연장 구역으로 이동했어요. 모든 절차가 영락공원 내에서 이뤄져서 이동 동선이 짧았고, 시간도 절약됐습니다. 무엇보다 친환경 유골함과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믿을 수 있었죠.”
영락공원은 부산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종합 장례시설로, 화장장과 자연장지가 연계되어 있어 절차가 간소화돼 있다. 유골은 화장 후 생분해 유골함에 담겨 지정된 수목장 구역에 안치되며, QR 추모 태그를 통해 고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윤 씨는 특히 ‘정보 접근성과 절차의 명확성’을 높게 평가했다.
“공공시설이다 보니 절차가 불투명하거나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진 않았고, 생전예약자에 대한 배려도 있었어요. 유족이 실무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부담이 현저히 적었습니다.”
그는 또한 “장례비용도 매장보다 훨씬 저렴했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안내돼 심리적으로 불안할 틈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환경을 생각한다기보단, 실용적이었기에 선택한 방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대전 정수원 자연장지 후기: 흔적 없는 작별이 주는 울림
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선희 씨(여, 58세)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정수원 자연장지에서 자연장을 진행했다.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평소 “내 죽음에도 욕심 부리지 말라”며 조용한 자연장을 원했고, 자녀들도 이에 동의해 장례를 준비했다.
“정수원에 처음 갔을 때는 마치 깊은 산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경내를 지나 숲길을 따라 자연장 구역으로 들어가면, 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묘비도 없고, 표시도 거의 안 보여요.”
정수원은 사찰이 운영하는 자연장지로, 철저히 무표식, 무장식 원칙을 지킨다. 유골은 분말화한 뒤 생분해 유골함에 담아 숲속 지정 나무 아래 안치되며, 별도의 석물이나 이름표는 허용되지 않는다.
김 씨는 “한때는 너무 조용해서 허전하다고 느꼈지만, 나무에 기대어 있다 보면 그곳이 바로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매년 기일에는 가족들이 모여 나무 아래 조용히 앉아 이야기를 나눠요. 비석 없이도 기억은 계속되더군요.”
무엇보다 그녀는 “생전에 어머니가 직접 예약해두고 의사를 명확히 밝혀뒀기에, 유족으로서도 장례 준비가 훨씬 가벼웠다”며 생전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례는 남은 사람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지만, 고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수원은 그 뜻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자연장은 누군가의 ‘기억을 위한 공간’이 아닌, ‘존중을 위한 선택’이다
서울, 부산, 대전의 자연장지에서 장례를 경험한 유족들의 후기를 모아보면, 공통적으로 “허전한 줄 알았지만, 오히려 편안했다”는 소감이 많다. 자연장이라는 방식은 단지 ‘비용을 아끼는 장례’가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태도를 담는 의식이다. 묘비가 없다고 해서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연을 닮은 장례는 오히려 유족들에게 더 깊은 내면적 울림을 남긴다. 숲길을 걸으며 고인을 떠올리고, 나무 아래에 앉아 침묵을 나누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애도와 존중의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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