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친환경 장례 인증제 도입 시 고려해야 할 핵심 항목

grandblue27 2025. 7. 19. 21:35

친환경 장례에도 ‘기준’과 ‘신뢰’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장례 문화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화장과 매장을 넘어선 수목장, 자연장, 수분해 장례, 인체 퇴비화 등의 친환경 장례 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장례 방식에 대한 ‘인증제도’의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친환경 장례는 개별 시민이나 기업, 일부 지자체의 자발적 실천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인지, 생분해 유골함이 진짜 생분해되는 소재로 구성된 것인지, 수목장 시설이 산림 훼손 없이 조성된 것인지 등 신뢰와 검증을 위한 기준은 부재한 상태였다.

이러한 문제는 곧바로 제도적 공백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친환경 장례를 장려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친환경성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없다면, 제도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친환경 장례 인증제’는 단지 행정 절차가 아니라, 장례문화의 신뢰도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실제 인증제를 도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핵심 항목을 제시하며, 향후 한국의 제도 설계에 실질적 기초가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안한다.

친환경 장례에도 ‘기준’과 ‘신뢰’가 필요

장례 유형별 환경 영향 평가 기준 수립

 

친환경 장례 인증제를 구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은, 장례 유형별 환경 영향에 대한 표준화된 평가 기준이다. 즉, 단순히 수목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유골을 안치했는지, 사용한 유골함의 소재는 무엇인지, 장례 후 자연 회복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는지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장례 유형별 탄소배출량, 에너지 소비, 토양오염 가능성, 생태계 훼손 여부 등을 포함한 환경영향평가 프로토콜(EIA,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의 구축이다.

예를 들어, 수분해 장례는 화장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지만, 처리 후 액체 폐기물의 처리 방식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수목장 역시 단순히 나무 아래 유골을 안치하는 것만으로 친환경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비료나 보존제를 사용한 묘역 조성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과도한 벌목이나 접근로 설치는 오히려 산림 훼손을 가속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인증제는 ‘장례 형태’ 자체가 아니라, 그 장례가 실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기준은 정부 단독이 아닌, 환경 전문가, 생태학자, 장례업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개발함으로써 공공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친환경 장례 용품 및 시설에 대한 인증 기준 마련

 

인증제의 핵심은 ‘사후 검증’보다는 ‘사전 기준’이다. 특히 장례 용품(예: 유골함, 관, 제단용 장식 등)과 장례 시설(수목장림, 해양 산골 장소, 자연장지 등)은 사전에 친환경성을 갖춘 자재와 구조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판별할 수 있는 명확한 인증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분해 유골함의 경우, 단순히 종이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인증을 부여할 수는 없다. 자연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 분해 후 남는 부산물, 분해 시 환경 오염 가능성 등을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토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인증 마크를 부여해야 한다.

장례시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수목장림의 경우, 자연림을 훼손하지 않고 기존 생태계와 공존 가능한 방식으로 조성되었는지, 비포장도로 및 최소한의 인프라로 유지가 가능한지,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했는지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또한 유골 안치 공간이 과도하게 밀집되어 생태계 과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토양과 수질의 장기적 변화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이 가능한 구조인지도 평가의 주요 항목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증 기준은 단발성 검토가 아닌, 정기적인 갱신 및 사후 점검 체계와 함께 운영되어야 하며, 친환경 장례 전용 인증마크나 라벨링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일반 소비자도 쉽게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전 장례계획(프리엔딩)과 인증 연계 제도 마련

 

친환경 장례 인증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장례 선택권과 생전 설계 제도와 연동되는 구조로 운영되어야 한다. 즉, 장례가 실제로 이뤄질 때뿐 아니라, 생전에 어떤 장례 방식을 선택하고 준비했는지를 인증과 연결함으로써 제도의 지속성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친환경 장례 사전 선택 제도’ 또는 ‘프리엔딩 연계 인증제’이다.

시민이 생전에 친환경 장례 방식을 선택하고, 정부 또는 인증 기관이 이를 등록·관리함으로써, 장례 당일 혼란을 줄이고 사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전 등록 과정에서 시민에게 친환경 장례 옵션, 유골함 종류, 수목장림 위치, 인증된 장례업체 리스트 등을 안내함으로써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도 발생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고령자, 단독 세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실용적이며, 사후에 유족이 고인의 의사를 알지 못해 고비용 장례로 이어지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프리엔딩과 인증제가 연계되면,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장례 바우처 지원, 인증 장례 선택 시 세금 감면, 공공 수목장 할인 등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인증제가 형식적인 인증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시민 행동과 정책 효과를 연결하는 촉진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인증제의 핵심은 신뢰와 투명성, 그리고 사회적 확산

 

친환경 장례 인증제는 단지 ‘제도’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담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인증제가 투명하고, 신뢰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증 심사 과정이 폐쇄적이거나 일부 업체에만 유리하게 운영된다면, 시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증제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공공기관, 민간 전문가, 환경단체,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원회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심사 결과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인증 받은 장례 방식, 업체, 시설 등에 대한 정보도 누구나 열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증제는 단발성 인증이 아니라, 일정 주기마다 갱신 심사를 받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인증의 품질을 유지하고 현실과의 괴리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증제는 단지 행정적 구획이 아니라, 더 나은 죽음의 형태에 대한 사회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화적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생명을 잇는 마지막 선택이 환경을 해치지 않고, 후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구조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친환경 장례의 출발점이며, 인증제는 그 출발을 신뢰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