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방식도 이제 환경을 고려하는 시대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까지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장례는 단지 고인을 보내는 의식이 아니라,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구에 남기는 흔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는 친환경 장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도 제도적, 문화적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친환경 장례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장례는 화장 또는 매장이라는 양분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2025년 현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고인을 기리고, 남은 이들에게 정서적 위로를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 장례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졌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친환경 장례 방식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5가지 방식을 선정하여, 그 의미와 특징, 절차, 장점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친환경 장례를 고려하는 개인 또는 가족에게 실질적인 선택 기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연장 – 가장 보편적이고 실현 가능한 친환경 장례
한국에서 현재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는 친환경 장례 방식은 단연 자연장이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지 않고, 자연 속에 뿌리거나 묻는 방식으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허용된 장례 방식이다. 2013년 자연장이 처음 제도화된 이후, 전국 곳곳에 자연장지(자연장묘지)가 조성되었으며, 특히 국립묘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연장지는 저렴한 비용과 함께 공신력을 제공해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장은 유골을 직접 흙에 섞거나, 생분해성 유골함에 담아 묻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별도의 비석이나 구조물을 세우지 않고, 고인을 기리는 추모비 근처에 이름을 새기거나 아예 표식을 하지 않는 무연고 자연장도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시각적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토양 오염의 우려도 없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다. 또한 자연장은 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가족이 주기적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되므로, 1인 가구나 독거노인의 사전장례 선택지로도 적합하다.
현재는 서울 추모공원, 수원 연화장, 부산 영락공원 등 여러 공공 장례시설에서 자연장지를 운영 중이며, 민간에서도 사설 자연장지가 점차 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는 전체 장례 방식 중 약 10~15%가 자연장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자연장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장례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목장 – 자연 속 한 그루의 나무가 되는 상징적 장례
자연장의 하위 유형이지만 독립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 수목장이다. 수목장은 말 그대로 고인의 유골을 특정한 나무 아래에 묻는 장례 방식으로, 고인을 기념하는 상징적 ‘추모목’을 중심으로 장례 절차가 진행된다. 나무는 고인의 생전 선호나 유족의 의사에 따라 선택되며, 한 그루의 나무 아래 여러 명의 유골을 묻는 ‘공동 수목장’과, 개인 또는 가족 단위로 지정 나무를 사용하는 ‘개별 수목장’으로 구분된다. 수목장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장보다 정서적 상징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족은 나무를 하나의 기념비처럼 인식하고, 주기적으로 방문해 추모하거나 나무에 꽃을 놓는 등의 행위를 통해 고인을 기억한다. 또한 일부 수목장지는 자연친화적 조경과 산책로, 벤치, 추모 공간 등을 마련해, 장례와 추모가 하나의 ‘생태적 기념행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수목장은 일부 시설에서 외래 수목을 심거나, 미관 유지를 위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환경성 면에서는 자연장보다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친환경 수목장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생태적 관리 원칙을 갖춘 장묘시설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경기도 양평, 강원도 원주, 전라북도 남원 등지에 공공 수목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사설 수목장지는 고급형 상품으로 분류되어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목장은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례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특히 정서적 위로를 중시하는 유족에게는 중요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장+생분해성 유골함 – 전통 방식에 친환경을 더한 절충형 장례
화장은 한국에서 이미 전체 장례 방식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된 방식이다. 그러나 고온의 화장로를 운영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수은 등 환경 오염 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친환경 장례’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화장을 대체할 수단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화장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분해성 유골함 사용이다. 생분해성 유골함은 전통적인 플라스틱, 금속, 돌로 만든 납골함과 달리, 종이, 대나무, 옥수수 전분, 버섯 균사체(mycelium) 등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로 만들어져 매장 후 수개월 내에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이 유골함을 사용하면 화장 이후에도 납골당 대신 자연장지를 활용할 수 있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고인의 유해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최근에는 생분해 유골함에 씨앗을 함께 넣어 나무를 자라게 하는 수목형 유골함도 개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일부 생명장례기업이 이러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는 서울시 및 수도권 일부 장묘시설에서 생분해 유골함 사용 시 추가 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보급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이 방식은 전통적인 화장을 기반으로 하되, 후속 처리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현실적인 절충안이자, 진입장벽이 낮은 친환경 장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수의 사용과 간소화된 의례 – 저비용 고의미의 새로운 장례
장례에서 사용되는 수의와 관, 부속 장식품은 대부분 플라스틱, 화학섬유, 접착제, 금속 장식 등으로 제작되어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분해성 수의와 간소화된 장례 절차를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수의는 삼베, 리넨, 유기농 면 등의 소재로 제작되며, 염색과 표백,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아 인체에도 안전하고, 화장 또는 매장 후 자연 분해 속도도 빠르다. 한국에서는 일부 상조 업체나 장례식장에서 친환경 수의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DIY로 직접 만드는 ‘웰다잉 수의 클래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장례 절차에서도 제사나 복잡한 의례를 간소화하고, 고인을 기리는 방식으로 헌화, 음악 추모, 영상 상영 등 비물질적인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장례의 의미를 보존하면서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2025년 현재 친환경 수의 사용률은 아직 전체 장례의 10% 이하로 낮지만, 젊은 세대와 도시 거주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비용 절감 요구가 맞물리면서, 친환경+간소화 장례는 앞으로 주류 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장례의 형식보다 내용, 물질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이 방식은 가장 인간적인 친환경 장례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장례는 선택이 아닌 시대의 흐름
2025년 현재 한국에서 시행 가능한 친환경 장례 방식은 자연장, 수목장, 생분해 유골함 활용 화장, 친환경 수의 및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 방식은 모두 고인을 기리는 마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죽음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례를 단지 관습적인 절차로 치르기보다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경을 배려하는 철학적 선택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친환경 장례 옵션이 개발되고 제도적으로 정비된다면, 한국 사회는 진정한 ‘지속 가능한 장례문화’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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