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이후의 이야기,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현대 장례 문화에서 ‘화장’은 이제 가장 일반적인 사후처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약 90% 이상이 화장 절차를 거치며, 이는 전통적인 매장 방식에 비해 공간의 효율성, 위생,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화장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화장로에서 유골이 수습된 이후, 그 유골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또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다. “깨끗하게 정리된 방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화장 이후의 유해 처리가 친환경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고, 제도적으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친환경 장례'를 이야기할 때, 단지 화장만을 선택한다고 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장 이후의 유골 관리, 유골함의 소재, 유해물질 배출 여부, 유골의 최종 안치 방식까지 모두 포함해 생각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환경 사후처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화장이 끝이 아님을 전제로, 화장 이후 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후처리의 환경적 진실과 대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단순히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 죽음 이후에도 자연과 조화롭게 연결되는 방식이 가능한지를 묻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화장의 과정과 그 이면 – 환경 친화적인가?
화장은 일반적으로 시신을 고온(800~1,200℃)의 화장로에서 소각하여 유골만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표면적으로는 깨끗하고 신속한 처리 방식으로 보이지만,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시신이 불에 타면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은 배출 필터를 통과한다고 해도 완전 제거되지 않으며, 주변 지역의 공기 질 저하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금속 보철물, 인공관절, 금니 등이 포함된 시신을 화장할 경우에는 금속 분진이 필터로 완전히 걸러지지 않아 환경 부담이 가중된다.
게다가 많은 화장장은 여전히 노후 시설을 사용하거나 배출 설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운영되는 경우도 많아, ‘친환경 장례’라는 말과는 괴리가 있다. 단지 매장보다 공간을 덜 차지한다고 해서 무조건 친환경적이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화장 후 유골은 2~3mm 크기의 가루 형태로 분쇄되어 유골함에 담기게 되는데, 유골함 자체도 대부분 플라스틱, 강화유리, 석재 등 재활용 불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유골함은 향후 폐기 시에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납골당이나 봉안당에서 폐기되는 유골함은 일반 쓰레기나 소각 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즉, 화장 이후의 ‘처리 절차’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환경 부담은 여전히 계속된다.
유골의 종착지 – 안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 영향
화장 후 남은 유골의 행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봉안당이나 납골당에 안치, 둘째는 수목장 또는 자연장, 셋째는 유골 뿌리기(산골 또는 해양 산골) 방식이다. 이 중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납골당 안치지만, 이는 점점 공간 부족 문제와 관리비 상승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봉안당은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유골함을 보관하는 구조로, 외형상 매우 인공적인 장례 방식이며, 냉·난방, 조명, 내부 환기 등 유지관리에 드는 에너지 소비도 상당하다.
또한, 최근 일부 유족들이 유골을 불법으로 하천이나 야산, 공터에 뿌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조용히 자연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환경오염이나 위생 문제,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뒤따른다. 유골은 인체 유기물이 아닌 고열 처리된 무기질 성분으로 사실상 ‘비료’ 역할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유골이 특정 장소에 집중되면 토양의 염분 농도가 상승하거나 중금속이 농축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공식적으로 관리되는 수목장이나 자연장 시설은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며, 1위당 나무 1그루 원칙, 생분해 유골함 사용, 분산 안치 기준 등을 통해 환경 영향을 줄인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이들 시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비용이 비싸며, 제도적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다. 즉, 화장 이후에도 유골의 안치 방식에 따라 환경적 영향은 천차만별이며,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친환경 장례’는 실현되기 어렵다.
죽음 이후의 선택이 남긴 흔적, 진짜 친환경 장례란 무엇인가
결국 친환경 장례는 단지 ‘화장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신의 처리 방식부터 유골함 소재, 유골의 안치 형태, 사후 공간의 유지관리 방식까지 전체적인 사후처리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비로소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장례 시스템은 공간 효율성 면에서는 빠르게 진화했지만, 사후처리의 환경성 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유골이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수십 년간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진정한 친환경 장례란 죽음이라는 인간의 마지막 행동조차도 자연에 부담을 남기지 않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것은 개인의 선택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사회적 제도, 정책, 기술, 그리고 문화적 인식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생분해 유골함의 보급 확대, 수목장 부지의 공공 조성, 유골 재활용에 대한 과학적 연구, 불법 산골에 대한 제도적 대안 마련 등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죽음을 '마무리'가 아닌 또 다른 순환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 이후의 선택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생태계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장례 문화가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짜 친환경 장례다. ‘화장’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뒤에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수많은 선택의 갈래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갈래는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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