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수목장지 주변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 생태조사 사례 중심

grandblue27 2025. 7. 9. 06:00

죽은 자가 남기는 생명의 흔적, 수목장과 생태계의 연결

수목장(樹木葬)은 죽음 이후 유골을 나무 아래 묻어 자연으로 되돌리는 친환경 장례 방식으로, 생태적 윤리를 실현하는 대표적 장례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묘지와 비석 대신 숲이 묘역이 되고, 인공 구조물 없이 흙과 나무를 매개로 추모의 장소가 만들어진다. 이 방식은 기존의 납골당이나 봉분 묘지처럼 인공적 구조물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공간을 절약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토지의 생태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수목장림은 단지 "공간을 덜 차지한다"는 것 이상의 생태적 영향을 가진다. 사람의 유골이 자연에 돌아가는 행위는 실제로 숲과 토양, 동식물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일각에서는 "인위적으로 사람이 만든 숲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수목장이 산림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수목장지 조성 이후 실제로 해당 지역의 토양, 수종, 동식물 군집, 미생물 생태계 등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국내 생태조사 사례들을 중심으로, 수목장이 단지 장례 방식의 대안이 아니라, 생태계 회복과 산림 보전의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죽음 이후에도 생명을 살리는 방식이 가능한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수목장 주변 생태계의 변화에 담겨 있다.

수목장지 주변 생태계 변화

수목장이 생태계에 주는 긍정적 영향

 

수목장은 기존의 장례 방식과 달리 인공 구조물을 사용하지 않으며, 유골을 생분해 유골함에 넣어 일정 깊이의 토양 속에 묻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때 유골은 분해되어 토양의 성분으로 환원되며, 해당 토양은 나무의 생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유골을 보관하는 유골함이 옥수수 전분, 점토, 대나무 섬유 등으로 제작된 생분해 소재일 경우, 6개월~2년 사이에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면서 토양과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구조는 결과적으로 토양의 산성화나 중금속 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화장 후의 유골이기 때문에 병원균 전파의 위험도 없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하늘숲추모원 운영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변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유골이 안치된 구역과 일반 숲 구역 간의 토양 내 질소·인·칼륨 수치, 미생물 활성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수목장이 조성되는 숲은 대부분 기존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생태적으로 안정된 지역에 최소한의 간섭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숲의 보호 구역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하늘숲추모원(양평), 담양추모의숲(전남), 정수원(대전) 등 국공립 수목장림은 모두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조성 후에는 숲속 산책로와 생태 안내센터가 함께 운영되어 지역주민과 생태 방문객의 자연 인식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목장은 무분별한 봉분 조성으로 인한 산사태, 산림 훼손, 불법 개간 등의 문제를 막는 장기적 산림 보존의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죽음을 맞은 한 사람이 자연 속에서 조용히 잠들며, 그 주변 환경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이것이 수목장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생태적 가치이다.

 

생태조사 사례: 하늘숲추모원과 담양추모의숲의 변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공 수목장림인 경기도 양평 하늘숲추모원은 2014년 개원 이후 꾸준히 생태조사와 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과 산림복지진흥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수목장림은 수종 다양성 증가, 조류 관찰 빈도 상승, 야생동물의 출현 빈도 유지 또는 증가 등 긍정적인 생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늘숲추모원 개장 직전인 2013년과 개장 후 5년이 지난 2018년을 비교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본식물의 다양성은 1.4배 증가, 조류 출현 종수는 25종에서 32종으로 증가, 토양 내 유기물 함량은 큰 변화 없이 안정 유지되었다. 이는 해당 공간이 단지 장례 목적의 이용만이 아니라, 야생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숲의 본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사람과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또한 전라남도 담양군에 위치한 담양추모의숲은 지역의 생태관광지인 죽녹원과 인접해 있어, 수목장림과 생태문화관광의 조화를 시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22년 산림청 위탁으로 진행된 현장 생태 모니터링에서는, 해당 지역의 조성 이후 멧비둘기, 산솔새, 청딱따구리 등 새들의 관찰 빈도가 증가했고, 숲 하층부의 양치식물과 야생화 군락도 안정적인 분포를 보였다.

담양추모의숲 운영 관계자는 "고인이 잠든 장소라는 점에서 과도한 인위적 조경을 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며 관리하고 있다"고 밝히며, 장례를 치른 유족들도 “숲을 걸으며 조용히 고인을 기억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례는 수목장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을 보전하고 재생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장례는 사람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이미 현실에서 검증되고 있다.

 

조용히 잠든 그 자리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생명의 순환

 

수목장은 고인을 위한 장례 방식이지만, 동시에 자연을 위한 배려이자 산림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실천이기도 하다. 단순히 공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죽음을 자연의 순환 속으로 통합시킴으로써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처럼 수목장은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고, 식물과 동물의 생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방식이다.

죽음을 기리는 장소가 파괴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생명의 숲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수목장은 미래형 장례 문화의 모범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목장을 선택하고, 더 많은 지역에 친환경 장례공간이 조성된다면,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죽음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죽음까지도 생명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